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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체는 어떻게 발견됐을까|온네스부터 고온·상온 초전도체 연구까지

kori insight 2026. 7. 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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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수은의 전기 저항이 사라진 순간부터 고온 초전도체와 상온·상압 물질을 찾는 오늘날의 연구까지, 초전도체의 역사는 새로운 물질과 검증의 반복이었습니다.

 

1911년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의 한 실험실.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는 액체 헬륨으로 수은을 절대영도에 가깝게 냉각하며 전기 저항을 측정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과학자들은 금속을 극도로 차갑게 만들면 저항이 계속 줄어들지, 일정한 값으로 남을지, 오히려 전자가 움직이지 못하게 될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수은의 온도가 약 4.2K, 섭씨 영하 269도 부근에 도달하자 저항이 서서히 감소한 것이 아니라 측정 한계 아래로 갑자기 떨어졌습니다.

인류가 처음으로 전기 저항이 사라지는 상태를 확인한 순간이었죠.


초전도체는 단순히 전기가 잘 흐르는 물질이 아니다

초전도체는 특정한 임계온도 아래에서 전기 저항이 사실상 0이 되는 물질입니다.

일반적인 전선에서는 전자가 원자와 충돌하면서 에너지 일부가 열로 바뀝니다.

초전도 상태에서는 이러한 저항 손실 없이 직류 전류가 매우 오랫동안 흐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항이 0이라는 특징만으로 초전도체를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초전도체는 내부의 자기장을 밖으로 밀어내는 마이스너 효과도 나타냅니다.

오늘날에는 ‘전기 저항 0’과 ‘마이스너 효과’가 초전도성을 판단하는 두 가지 핵심 기준으로 여겨집니다.


온네스의 발견은 액체 헬륨에서 시작됐다

오너스가 초전도체를 발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액체 헬륨 기술이 있었습니다.

그는 1908년 세계 최초로 헬륨을 액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헬륨의 끓는점은 약 4.2K이기 때문에 이전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극저온 영역을 연구할 수 있게 됐죠.

오너스 연구팀은 순도가 높은 수은을 냉각했고, 약 4.2K에서 전기 저항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납과 주석, 나이오븀 같은 다른 금속에서도 초전도성이 확인됐습니다.

다만 초기 초전도체는 액체 헬륨이 필요한 지나치게 낮은 온도에서만 작동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1933년 마이스너 효과가 정의를 바꾸다

초기 과학자들은 초전도체를 저항이 0인 완전도체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1933년 발터 마이스너와 로베르트 옥센펠트는 초전도체가 내부의 자기장을 밖으로 밀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저항이 0인 완전도체라면 이미 내부에 들어 있던 자기장이 그대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전도체는 임계온도 아래로 내려가며 내부 자속을 적극적으로 배제합니다.

이 발견으로 초전도성은 단순한 무저항 현상이 아니라 전기적·자기적 성질이 함께 달라지는 새로운 물질 상태라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초전도체 위에서 자석이 떠오르는 유명한 장면도 이 자기적 성질에서 시작됩니다.


초전도체를 설명하는 이론이 만들어지다

1935년 런던 형제는 초전도체 내부에서 전류와 자기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하는 런던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자기장은 초전도체 표면에서 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주 얕은 깊이까지 들어간 뒤 빠르게 약해집니다.

이 거리를 런던 침투 깊이라고 부릅니다.

1950년에는 긴즈부르크와 란다우가 초전도 상태를 거시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이 이론은 초전도체를 제1종과 제2종으로 구분하는 기반이 됐습니다.

특히 제2종 초전도체는 강한 자기장에서도 초전도성을 유지할 수 있어 MRI와 입자가속기, 핵융합 자석에 중요하게 활용됩니다.


1957년 BCS 이론이 원리를 설명했다

초전도체가 발견된 지 46년이 지난 1957년, 바딘과 쿠퍼, 슈리퍼는 BCS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낮은 온도에서는 전자 두 개가 결정 격자의 진동을 매개로 약하게 결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자쌍을 쿠퍼쌍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쿠퍼쌍은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하나의 집단적인 양자 상태를 형성합니다.

일반 금속에서 저항을 만드는 작은 충돌이 이 집단 상태를 쉽게 무너뜨리지 못하기 때문에 전류가 저항 없이 흐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BCS 이론은 금속과 합금에서 나타나는 전통적인 저온 초전도 현상을 성공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조지프슨 효과가 양자기술로 이어지다

1962년 브라이언 조지프슨은 두 초전도체 사이에 얇은 절연층이 있어도 쿠퍼쌍이 양자 터널링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이를 조지프슨 효과라고 합니다.

조지프슨 접합은 극도로 약한 자기장을 측정하는 SQUID의 핵심 부품이 됐습니다.

뇌와 심장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자기장을 측정하거나 지질 탐사와 정밀 센서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여러 양자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초전도 큐비트 역시 조지프슨 접합을 바탕으로 작동합니다.

초전도체 연구가 전력 손실을 줄이는 기술을 넘어 양자전자공학으로 확장된 것이죠.


초전도체의 첫 성공은 전력망보다 자석이었다

초전도체는 처음부터 전력 케이블에 널리 사용된 것이 아닙니다.

가장 먼저 본격적으로 활용된 분야는 강한 자기장을 만드는 초전도 자석이었습니다.

초전도 코일에는 저항 손실 없이 큰 전류를 흘릴 수 있어 일반 전자석보다 강하고 안정적인 자기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MRI는 강한 자기장 안에서 인체 내부의 수소 원자핵 반응을 측정해 영상을 만듭니다.

입자가속기에서는 빠르게 이동하는 입자의 경로를 휘게 하고 집중시키는 데 초전도 자석이 사용됩니다.

초전도체가 실험실의 신기한 현상에서 의료와 첨단과학의 기반 기술로 넘어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986년 고온 초전도체가 등장하다

1986년 게오르크 베드노르츠와 알렉스 뮐러는 구리 산화물 세라믹에서 당시 기준으로 매우 높은 온도의 초전도성을 발견했습니다.

기존 초전도체가 주로 금속과 합금이었다면 새 물질은 깨지기 쉬운 세라믹이었습니다.

이듬해에는 YBCO가 약 90K 이상의 임계온도를 보인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액체질소의 온도인 77K보다 높았기 때문에 비싸고 다루기 어려운 액체 헬륨 대신 액체질소로 냉각할 수 있게 됐죠.

이 발견은 초전도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기대를 크게 키웠습니다.

다만 구리 산화물에서 전자들이 어떤 원리로 결합하는지는 지금도 완전히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물질은 새로운 질문을 만들었다

2001년에는 이붕화마그네슘인 MgB₂가 약 39K에서 초전도성을 보인다는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구리 산화물보다는 낮지만 금속계 초전도체 가운데서는 높은 온도였습니다.

2008년에는 철 기반 물질에서도 초전도성이 발견됐습니다.

철의 강한 자성은 초전도성을 방해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예상 밖의 결과였습니다.

2019년 이후에는 구리와 비슷한 층상 구조를 가진 니켈레이트에서도 초전도성이 관찰되기 시작했습니다.

초전도체의 역사는 하나의 완성된 이론을 따라간 과정이라기보다 새로운 물질이 등장할 때마다 기존 설명의 빈틈을 다시 발견한 역사에 가깝습니다.


수소화물은 상온에 가까워졌지만 압력이 문제였다

수소는 매우 가볍기 때문에 높은 진동 주파수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높은 임계온도를 가진 초전도체 후보로 주목받았습니다.

2015년 황을 포함한 수소화물에서 200K 이상의 초전도 전이가 보고됐습니다.

2019년 란타넘 수소화물에서는 약 250K, 섭씨 영하 23도 부근의 초전도성이 관찰됐습니다.

온도만 보면 상온에 상당히 가까워진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결과에는 대기압의 수백만 배에 가까운 초고압이 필요했습니다.

작은 다이아몬드 앤빌 셀 안에서는 가능하지만 전력 케이블이나 산업 장비에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닙니다.

현재 수소화물 연구의 핵심은 높은 임계온도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압력을 낮추는 것입니다.


상온 초전도체 주장에 재현성이 중요한 이유

초전도체의 역사에는 큰 관심을 받은 뒤 철회된 연구도 있습니다.

일부 물질이 상온 부근에서 초전도성을 보였다는 주장이 발표됐지만 데이터 분석과 재현성 문제로 논문이 철회됐습니다.

새로운 초전도체로 인정받으려면 저항이 줄어드는 결과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전기 저항이 실제로 0에 도달하는지, 마이스너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외부 자기장에 따라 임계온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측정해야 하죠.

무엇보다 다른 연구기관이 같은 물질을 만들고 동일한 현상을 반복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LK-99 논란이 남긴 교훈

2023년 한국 연구진은 LK-99라는 물질이 상온과 상압에서 초전도성을 보일 가능성을 주장했습니다.

냉각과 초고압이 필요하지 않다는 내용이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각국 연구진이 빠르게 합성과 검증에 나섰지만 대부분의 독립 연구에서는 초전도성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저항 변화와 부분적인 부상 현상은 불순물이나 다른 자기적 성질로 설명될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결과적으로 LK-99는 상온·상압 초전도체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공개된 제조법을 세계 연구진이 빠르게 실험하고 결과를 공유한 과정은 현대 과학의 검증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습니다.


초전도체는 이미 현실에서 사용되고 있다

상온 초전도체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초전도 기술이 미래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닙니다.

MRI에서는 강하고 안정적인 자기장을 만드는 데 초전도 자석이 사용됩니다.

입자가속기에서는 입자 빔을 휘게 하고 집중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핵융합 장치에서는 초고온 플라스마를 자기장으로 가두기 위해 초전도 코일이 필요합니다.

양자컴퓨터에서는 조지프슨 접합으로 초전도 큐비트를 만듭니다.

고온 초전도 케이블과 고장전류 제한기, 자기부상열차와 초전도 센서도 계속 연구되고 있습니다.


실용적인 상온 초전도체에 필요한 조건

상온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물질 하나가 발견된다고 곧바로 산업혁명이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기압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강한 전류와 자기장 속에서도 초전도성을 유지해야 하죠.

전선과 테이프, 박막처럼 원하는 형태로 가공할 수 있어야 하며 기계적인 충격에도 견뎌야 합니다.

원료가 지나치게 비싸거나 희귀해서도 곤란합니다.

대량생산 과정에서 동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초전도체의 실용성은 임계온도 하나가 아니라 작동 압력과 전류, 자기장, 가격과 제조 가능성을 모두 합쳐 판단해야 합니다.


초전도체를 찾는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연구자가 수많은 물질을 직접 합성하고 하나씩 측정하는 방식에 크게 의존했습니다.

현재는 계산재료과학과 고압 합성, 방사광 분석,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이 함께 활용됩니다.

컴퓨터 계산으로 가능성이 높은 결정구조와 전자 상태를 먼저 찾아낸 뒤 실제 물질을 합성하고 검증하는 방식입니다.

그렇다고 계산만으로 초전도체를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불순물과 산소 함량, 결정 결함과 압력 분포처럼 작은 차이가 결과를 크게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예측과 합성, 측정, 독립적인 재현이 모두 이어져야 하나의 발견으로 인정받습니다.


초전도체의 역사는 발견과 검증의 역사다

1911년 수은의 저항이 사라졌을 때, 그 현상이 MRI와 입자가속기, 핵융합 자석과 양자컴퓨터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BCS 이론이 등장했을 때는 원리가 거의 해결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구리 산화물과 철 기반 물질, 수소화물과 니켈레이트가 발견되며 전자들의 집단적인 행동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일부 상온 초전도체 주장은 재현성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그 실패 역시 어떤 증거가 필요하고 어떤 측정을 조심해야 하는지를 남겼습니다.

초전도체의 진짜 전환점은 단순히 가장 높은 임계온도 기록을 세우는 순간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상온과 상압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강한 전류와 자기장을 견디며, 현실적인 가격으로 전선을 만들 수 있는 순간이 와야 비로소 실험실의 양자 현상이 산업의 기반 기술로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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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체의 역사: 온네스의 발견부터 고온·상온 초전도체 연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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